양계의 추억(2) 2006년 5월
↝ 나의 추억은 오랜 학창 시절과 직장 생활 그리고, 자식 들의 공부, 결혼, 출가 등으로 인해 중간에 무려 40~50년이 끊어졌다.
그러다가 꿈에 그리던 전원 생활을 하게 되면서 다시 이어지게 된다.
시골에서 사는 재미 중에는 물론, 채소와 나물을 직접 길러 생동생동할 때 싱싱하게
무치고, 지지고, 데쳐서 먹는 일과, 과일과 알곡을 길러 늦여름과 초가을에 따고, 캐고,
잘라내고, 갈무리하여~~ 야금야금 꺼내 먹는 일 등이 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참 재미를 꼽으라면,닭오리를 직접 키워 알은 따끈할 때 꺼내 먹고,
나이 든 놈 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보양식으로 탕이나 구이를 해 먹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닭 모가지 하나 비틀지 못하는 아내는 닭 잡는 일이며,
오리 잡는 일을 무슨 백정이나 하는 일인 양 아주 싫어한다.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말로는 살생을 싫어한다지만 실상 아내는 소나 돼지는 물론이요, 개고기까지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떻든 아내는 곤충 등은 물론이고 동물을 집안에 키우는 일을 반대해 왔다.
하물며 강아지나 고양이도 집에서 키울 수가 없었다.
토끼도 자연산으로 있는 놈만 상대했지, 키워 볼 생각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아내에게는 중요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어떤 짐승이든, 하물며 물고기까지도 제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참으로 부처님 같은 말씀인데, 말이야 맞는 말이다.
사람은 굶을지언정 자기가 기르고 있는 짐승을 굶기는 일은, 자고로
사람으로써 차마 못 할 일이라고 어른 들이 말씀 하던 터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탈감작(desensitization) 작전을 짜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참이다.
탈감작이란 말은 원래 의학용어로써 어떤 물질에 과민한 사람에게 조금씩 익숙하게 하여
과민반응을 치료 하는 방법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야금야금 접근해 가는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이 성공 단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물고기를 기르다가 이제 닭과 오리를 키우기 까지, 큰 합의(?)를 본 것이다.
중간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류독감인가 무언가 때문에 시사에 밝은 아내는 닭고기도 못 먹게 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하물며 키운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동물을 키우려는 것은 나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이런 일 이외에도 엄청 할 일이 많고 취미도 다양하기 때문에 짐승을 키운다는 것도 알고 보면 나에게는 약간은 귀찮은 일이기도 하였다.
내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면 짐승을 키운다는 것이 정신적인 치료 효과가 크다고 본다.
아내는 요 근래,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몇 가지 고통을 겪고 있다.
그중의 대부분은 나와 공유하는 일이지만,
엄마로써, 자식으로써, 며느리로써, 아내로써, 또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건강 문제 때문에 자기 자신을 다스려야 하는 한 인간으로써
참으로 어려운 일들에 봉착해 있다.
애비로써, 자식으로써, 사위로써, 지아비로써 느끼는 나의 어려움을 능가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 관찰에 의하면 아내는 텃밭에서 일하고 난 후, 또는 꽃을 심고 난 후,
상태가 많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자연요법이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며칠 전 욕 먹을 셈치고 애완견용으로 쓰는 철망장을 하나 샀다.
가로 세로 70-90 cm 정도이고, 높이도 60 cm 내외이니
씨암탉을 두 마리 정도 키우면 알도 얻고 고기도 얻을 수 있을 것이지만
우선은 아내의 관심을 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 몰래 마당 한 구석에 설치하고는 알 낳을 둥지도 대충 만들었다.
저녁에 내 작품(?)을 본 아내는 대뜸 야단을 친다.
"아니, 조러케 쫍은 닭장에서 어떠케 키웁니까?
이건 완존히 동물 학대 하려고 그래요?
째째하게 굴지 말고 당신이 좋아하는 목수 솜씨 발휘해서 제대로 닭장을 크게 만드세요.
남아 있는 목재 어따 쓸꺼예요? 그리구, 닭 뿐만 아니라 오리도 키우면 재밌대요."
"윽???"
이제 다른 걱정이 생겼다.
집을 며칠 씩 비우려면(마침 동남아 관광계획을 세웠었다),
자동급수기며, 자동급식(급이라고도 한다)장치를 달아야 하게 생겼고,
고양이, 야생너구리, 족제비, 하물며 쥐 들로 부터 닭과 알을 보호할 철망도 설치 하여야 한다.
지금 나는 며칠 동안 닭장을 만드느라 여념이 넚없지만, 지켜보는 아내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 것 같아 즐겁다.
다음 장날에는 씨암탉으로 굵은 레그혼(이 종류가 알을 많이 낳는다) 몇 마리와
짝이 되는 기운 좋은 장닭을 한 마리 사고, 집오리도 한 쌍 사서 넣어야지.
새벽이면 수탉 홰치는 소리에 잠을 깰 것이고, 내년에는 병아리도 열 두어 마리 정도
깼으면 하고 머리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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