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0일 수요일

양계의 추억(3)

 
양계의 추억(3) 20066
 
지난 일요일은 마침 백암 장날이었다.
끝이 1일과 6일인 날은 오일장이 선다.
11, 16, 21, 26, 뭐 그런 식인데, 큰 달, 31일이 있는 달이면 31일과 1일 이틀 연속으로 모두 장이 서는 것이 아니고, 그 다음 날인 1일로 장날을 잡는다.
나는 예부터 5일 장을 사랑하였다.
딱히 뭐 살 것 없어도 사람 들과 살을 부비며, 상인 들의 호객 소리 듣는 것이 즐거우며,
누구나 그렇듯이, 사는 맛이 나는 그런 장삼이사로 변하고 만다.
이상하리만큼, 출처 불명의 무슨 억압 같은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이 들곤 한다.
왁자지껄 하는 장날의 소음에 묻히고 나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 하다.
몇 푼어치 안 되는 풋나물을 좌판에 벌려 놓고
그것도 장사랍시고 앉아있는 시골 할머니 들의 모습이 정겹다.
어떤 할머니는 한 웅큼의 버섯에다, 한 두 접의 논 마늘, 그리고 소주병에 담은 참기름
너 댓 병이 전 품목이고, 옆에는 새로 싹을 틔운 고추, 토마토, 상추, 오이 등의 모종을
팔고 있다. 포기 상추 모종은 약 50 포기 들어 있는 모판이 2천원 남짓이다.
저 한 구석에는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나무, 묘목 장수가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기어이 능소화 한 그루 심으리라.
눈에 안 좋다는 속설이 있지만 꽃은 너무 예쁘다.
 
임시로 장막을 쳐 놓은 목로주점에서는 대낮부터 막걸리 한 보시기에 메추리구이를 한 입 입속에 쳐 넣고는 거들먹 거리는 촌로 들의 모양새도 보아 줄 만하다.
 
그 옆 조금 한갓진 곳에는 장날 마다 나타나는 생닭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알에서 갓 깬 병아리 여 닐곱 마리가 제 어미 품속으로 들락거리고,
어미가 물어주는 모이를 먹다가 뱉다가 하며 좁은 철망 안 에서 논다.
어미닭과 병아리를 같이 키우면 보기에 좋고, 손주도 좋아할 것이다.
마악 흥정을 하려고 하는데, 먼저 오신 손님이 전부 떨이해서 3만 원에 달라고 떼를 쓴다.
아주머니는 35천원이다. 손님은 3만원 밖에 없다며 그렇게 30분을 밀고 당기다가
손님의 남편임 즉한 분이 2000원을 더 내놓고 나서야 거래가 끝났다.
거래가 안 되면 내가 4만원 주고 사마고 하고 싶은 걸 꾸욱 눌러 참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도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항상 이렇게 남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못해 탈이다.
백 여 마리는 됨즉한 중닭이 오늘의 주 상품인 듯, 토종은 이미 다 팔려 나갔다고 한다.
레그혼종 두 세 마리와 나머지는 토종과의 혼합종이다.
오리도 갓 병아리 신세를 면해 날개에 털도 돋지 않은 놈 들이 제법 꽥꽥거리며,
그 중에 칠면조, 거위도 몇 마리씩 구색을 갖췄다.
 
이미 닭장을 만들어 놓은 나는, 중닭 4마리와 장닭(수탉 중에서 대장 노릇할 만한 놈) 한마리, 이렇게 도합 5마리의 닭을 고르고, 암놈 두 마리와 숫놈 한 마리, 이렇게 오리도 세 마리나 골랐다.
 
농협에 들르니 20 Kg 들이 닭 모이가 7천원이다.
그 정도면 이제 마악 병아리를 면한 닭들이 꽤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박스 두 통에 닭과 오리를 나누어 넣고 차에 실었다.
때가 때인지라 이같이 더운 날에는 뒷 트렁크에 있으면 십분도 견디기 힘 들거라는
닭 아줌마의 이야기다. ,
그래서, 우선 냉방을 켜놓고 상당히 시원하게 된 뒤에라야
차 뒷 좌석에 고이 모셔 집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닭 냄새가 차 구석구석에 박혀 벌써 일주일도 더 지난 지금에도 차안에서는 닭 냄새가 솔솔 풍긴다.
이제 두 세 달만 있으면, 다투어 알을 낳을 것이니 어찌 아니 즐거우랴.
원래가 도시에서 나서 자란 아내는 신기한 듯 관심이 깊다.
그러나 닭장에 넣은 지 하루도 안 되어 암탉 한마리가 다리를 절고 모이를 잘 안 먹는다.
횃대에 오르내리다 그만 낙상을 한 모양이다.
야생 상태라면 천적에게 먹히거나 굶어 죽게 마련이지만
지금이야 내 보호 하에 있으니 괜찮을 것도 같다.
차라리 고통을 줄이자면 얼른 잡아서 고아 먹는 편이 어떨까 했더니,
아내는 펄쩍 뛰며 가축병원 어쩌구 기브스 어쩌구 하며 마치 강아지나 자기 자식 다친 듯이 안쓰러워 한다.
세상에~~~ 닭다리 고친다고 기브스 해 주자는 사람은 처음이다.
다행히도 며칠이 지난 지금에는 아직 앉아 있는 시간은 많지만
모이는 열심히 먹는 것으로 보아 잘만하면 살아 날 것도 같다.
닭과 오리는 그렇게 일주일 동안에도 몰라보게 컸고 그동안에 웃자란 상추며 쑥갓은 거의 오리가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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