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처마 밑의 빗물받이는 비를 피할 수 있고 아늑한 곳이어서 새 들의 집터로 인기가
있다. 우리 집 근처에는 물까치가 많아서 떼로 몰려 다니며 까치도 공격하고 함께 집터도 구경하며 집을 짓곤 한다. 암수 한 쌍이 집을 짓는 것이 아니고 보통 서너 마리가 합동으로 집을 짓는데, 보통 부드러운 풀, 마대 자루풀어 놓은 것, 사람 들이 버린 끈 같은 것을 모아서 얼기설기 얽어 볼 품 없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일반 까치 들이 높은 나무나 전봇대 등을 이용하지만 물까치는 원래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그런지 집 근처를 좋아 하는 것 같다.
작년에도 똑같은 빗물받이에 집을 지어서 둥지를 이소(離巢) 할 때 까지 문을 열 때 마다 몹시 신경이 쓰였다. 혹시나 새끼가 놀라서 떨어지지 않을까, 어미 새가 놀라서 새끼를 버리고 아주 도망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는 촌극을 빚었다.
올해도 또 이놈 들이 드나들면서 집을 지을 요량으로 지푸라기 들을 모으고 있다.
올해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아예 건축 금지령을 내렸다. 모아오는 쓰레기마다 모두 수거하여 버리곤 했으나 금새 꽉 차곤 한다. 방법을 연구하여 벽돌로 채워 보기도 하고 장미가시도
갖다 놓았으나 효과가 없다.
그래서, 새를 전문으로 사냥하는 가짜 새매를 넣어 두었더니 효과가 있다.
이 가짜 새매는 작년에 유리창에 충돌하여 죽는 새의 접근을 방지하고자 사용하던 것인데,
우선은 물까치의 접근을 막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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