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서양 잡조」라고 하는 옛 책에서 감나무의 특장을 일곱 가지로 꼽고 있는데,
1. 수명이 길고
2. 그늘이 많으며
3. 새들이 둥지를 틀지 않고
4. 벌레가 끼지 않으며
5. 서리가 내려 잎이 떨어진 뒤에야 더욱 볼 만하고
6. 열매가 아름다우며,
7. 마지막으로, 낙엽은 썩어 이듬해 거름으로 좋다고 쓰여 있다.
여기서 다른 것은 다 이해 되는데 3번과 4번이 머리가 갸우뚱?
내 경험 상 둥지를 틀지 않는 것은 맞는데
벌레가 끼지 않는다는 것은 맞지 않는 듯하다.
요사이 외국에서 들어 온 소위 미국선녀벌레라는 놈 들이 기승을 부려서
온 감나무가 새하얗다.
감도 제대로 못 익고 짓물러서 떨어지곤 한다.
친환경 약을 써서 벌레 퇴치에 힘써 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나마 건진 감도 여기저기 해충의 침해가 심하다.
여기 그린 감은 네 군데로 골짜기를 가진 사구(四溝)라고 하는 종류인데
우리 동네 저수지를 만들면서 이전한 집터에 주인 없이 남아있는 열 댓 그루의
감나무에서 공짜로 주은 것이다.
주인 없는 감나무(실제로 주인은 수리조합)라 돌보는 이 없어 실하게 자라지 못하고 고염같이 생겼다.
고염이나 감이나 둘 다 모두 감나무속에 속하는 것이지만
알고 보면 뿌리는 하나이다.
감씨를 심으면 고염으로 자라고
그 위에 감나무를 접목해야만 제대로 된 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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